사상 최고가에 사면 물리는가 — 33년간 고점 매수만 한 경우를 계산했다
전고점에서만 샀을 때 1년 후 승률은 87.6%였습니다. 아무 때나 산 경우(82.2%)보다 높았습니다. 다만 10년으로 늘리면 역전됩니다.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찍으면 매수 버튼을 누르기가 어려워집니다. “지금 사면 꼭지 아닌가.”
이 불안이 통계적으로 근거가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33년간 전고점 부근에서만 산 경우와 아무 때나 산 경우의 이후 수익률을 비교했습니다.
검증 방법
SPY 월별 데이터에서 그 시점까지의 사상 최고가 수준(고점의 99.9% 이상) 이었던 달을 전부 찾았습니다. 그 달에 산 경우의 1년·3년·5년·10년 후 수익률을 계산하고, 전체 기간 아무 달에나 산 경우와 비교했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사실 하나. 33년 중 전고점 부근이었던 달이 405개월 중 152개월, 즉 37.5%였습니다. 시장은 생각보다 자주 최고가에 있습니다.
결과
| 보유 기간 | 고점 매수 평균 | 고점 매수 승률 | 아무 때 평균 | 아무 때 승률 |
|---|---|---|---|---|
| 1년 후 | +14.0% | 87.6% | +12.1% | 82.2% |
| 3년 후 | +44.5% | 86.9% | +40.3% | 83.7% |
| 5년 후 | +82.2% | 84.4% | +70.6% | 85.8% |
| 10년 후 | +144.2% | 87.9% | +150.9% | 91.6% |
1993년 1월 ~ 2026년 9월, SPY 월별 종가·배당 재투자 기준 · 직접 조회한 데이터로 계산
1~3년: 고점 매수가 오히려 나았습니다
1년 후 기준으로 고점 매수의 승률이 87.6%였습니다. 아무 때나 산 경우(82.2%)보다 5.4%포인트 높습니다. 평균 수익도 +14.0%로 더 높았습니다.
직관과 반대되는 결과인데, 이유는 단순합니다. 시장이 최고가를 경신한다는 건 상승 추세에 있다는 뜻이고, 추세는 대체로 한 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최고가 다음에 또 최고가가 나오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았습니다.
3년 기준으로도 고점 매수가 앞섰습니다(+44.5% vs +40.3%).
5~10년: 역전됩니다
10년 기준으로 보면 순서가 바뀝니다.
| 10년 후 | 고점 매수 | 아무 때 |
|---|---|---|
| 평균 수익 | +144.2% | +150.9% |
| 승률 | 87.9% | 91.6% |
장기로 갈수록 진입 가격의 유불리가 드러납니다. 고점에 들어가면 그만큼 높은 가격에서 출발하니 10년 수익률이 낮아지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도 같이 봐야 합니다. 10년 평균 수익 차이는 6.7%포인트로, 연 단위로 환산하면 0.3%포인트 수준입니다.
그리고 승률 87.9%의 의미
중요한 건 이겁니다. 사상 최고가에 사도 10년 후 이길 확률이 87.9%였습니다. 10번 중 9번 가까이 돈을 벌었습니다.
지지 않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12.1%는 10년 후에도 손실이었고, 그 대부분은 닷컴 고점(2000년)과 금융위기 직전(2007년)에 몰려 있습니다. 실제로 2000년 3월 고점에 산 사람은 본전까지 6년 반을 기다렸습니다.
실전에서 어떻게 쓸 것인가
1. “최고가라서 못 사겠다”는 통계적 근거가 약합니다
1~3년 구간에서는 오히려 고점 매수가 나았습니다. 시장은 전체 기간의 37.5%를 최고가 근처에서 보냅니다. 최고가를 피하려 하면 투자 기회의 3분의 1 이상을 스스로 지웁니다.
2. 그렇다고 고점 매수를 권하는 건 아닙니다
이 데이터는 “최고가라는 이유만으로 미룰 근거는 없다” 는 뜻이지, “지금이 좋은 가격”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밸류에이션이 극단적으로 높은 구간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PER·PBR을 읽는 법이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3. 목돈이라면 분할 여부를 따로 판단하세요
적립식과 일시투자 비교에서 확인했듯 일시투자가 76.6% 확률로 앞섰습니다. 다만 그건 기대수익 기준이고, 고점에서 한 번에 넣었을 때의 후회 비용은 따로 감안해야 합니다.
4. 기다리는 비용을 계산하세요
“조정 오면 사겠다”는 전략의 문제는 조정이 안 올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시장은 계속 최고가를 경신할 수 있고, 그동안의 상승을 놓칩니다.
한계
- 미국 대형주 지수 기준입니다. 개별 종목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고점 대비 90% 빠지고 회복하지 못한 종목은 무수히 많습니다.
- 33년 전체가 미국 주식 강세장이었습니다. 장기 횡보장에서는 결론이 달라집니다.
- 월말 종가 기준이라 실제 매수 시점과 차이가 있습니다.
- 세금과 거래비용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본 글의 모든 수치는 조회 시점까지의 시계열 데이터를 직접 계산한 결과입니다. 과거 성과는 미래를 보장하지 않으며, 특정 시점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