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채는 안전자산인가 — TLT의 최대낙폭은 -47.6%였다
주식이 빠질 때 장기채가 받쳐준다는 게 자산배분의 전제입니다. 24년을 재보니 대체로 맞았지만, 가장 필요했던 2022년에는 주식보다 더 많이 빠졌습니다.
“주식이 빠지면 채권이 오른다.” 60/40 포트폴리오를 비롯한 자산배분의 핵심 전제입니다.
미국 장기국채 ETF(TLT)로 24년치를 계산해 이 전제가 얼마나 믿을 만한지 확인해 봤습니다.
24년 기본 성적
| 자산 | 연평균 | 최대낙폭 |
|---|---|---|
| SPY (주식) | 11.13% | -50.8% |
| TLT (장기국채) | 3.44% | -47.6% |
2002년 7월 ~ 2026년 9월, 이자·배당 재투자 기준 · 직접 조회한 월별 데이터로 계산
장기국채의 최대낙폭이 -47.6%입니다. 주식(-50.8%)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안전자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산이 반토막 가까이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은 따로 강조될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 TLT 현재 상태 | |
|---|---|
| 고점 기록 시점 | 2020년 7월 |
| 고점 대비 현재 | -42.2% |
6년째 고점 대비 -42% 상태입니다. 주식의 평균 회복 기간이 10.7개월이었던 것과 대조됩니다.
그래도 방어는 했습니다
전체 상관계수와 주식 폭락기의 움직임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 지표 | 값 |
|---|---|
| TLT ↔ SPY 월간 상관계수 | -0.10 |
| SPY 최악 20개월 중 TLT가 오른 달 | 12번 / 20번 |
| SPY 최악 20개월 평균 | SPY -8.6% / TLT +1.9% |
주식이 최악이었던 20개월 동안 장기채는 평균 +1.9%였습니다. 주식이 8.6% 빠질 때 채권은 소폭이나마 올랐다는 뜻이고, 이건 자산배분이 기대하는 바로 그 움직임입니다.
그런데 2022년에 무너졌습니다
연도별로 보면 핵심이 드러납니다.
| 연도 | SPY | TLT | 상관계수 |
|---|---|---|---|
| 2008 (금융위기) | -36.8% | +34.0% | -0.01 |
| 2020 (코로나) | +18.3% | +18.2% | -0.43 |
| 2022 (인플레이션) | -18.2% | -31.2% | +0.51 |
2008년에는 완벽하게 작동했습니다. 주식이 36.8% 빠질 때 채권은 34% 올랐습니다. 60/40 포트폴리오가 살아남은 이유입니다.
2022년에는 정반대였습니다. 주식이 18.2% 빠지는 동안 채권은 31.2% 빠졌습니다. 방어 자산이 주식보다 더 많이 빠진 겁니다. 상관계수도 +0.51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왜 2022년은 달랐나
하락의 원인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경기 침체형 하락 (2008, 2020)
- 성장 둔화 → 중앙은행 금리 인하 → 채권 가격 상승
- 주식 하락 ↔ 채권 상승 = 방어 작동
인플레이션형 하락 (2022)
- 물가 급등 → 중앙은행 금리 인상 → 채권 가격 하락
- 주식 하락 ↔ 채권 하락 = 방어 실패
채권이 주식을 방어해주는 건 “금리가 내려갈 여지가 있을 때”뿐입니다. 물가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하는 국면에서는 둘 다 같이 빠집니다.
장기채일수록 금리 민감도가 큽니다. 그래서 TLT처럼 만기가 20년 이상인 채권은 방어력도 크지만 실패했을 때의 타격도 큽니다.
실전 적용
1. “안전자산”이라는 단어를 분해해서 쓰기
장기국채는 부도 위험이 없다는 의미에서 안전합니다.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받습니다. 하지만 가격 변동 위험은 매우 큽니다. 두 가지는 다른 얘기이고, ETF로 보유하면 후자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2. 만기를 줄이면 변동성이 줄어듭니다
방어가 목적이라면 단기채나 중기채가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60/40 검증에 쓴 AGG(종합채권)의 최대낙폭은 -17.1%로, TLT의 3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3. 하락의 원인을 구분하기
지금의 하락이 경기 둔화 때문인지, 물가 때문인지에 따라 채권의 역할이 정반대가 됩니다. 10년물 금리를 함께 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4. 상관계수는 고정값이 아닙니다
전체 기간 -0.10이라는 숫자는 평균일 뿐입니다. 2020년에는 -0.43, 2022년에는 +0.51이었습니다. 자산배분의 전제가 특정 국면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한계
- TLT 상장 이후인 2002년 7월부터 측정했습니다. 이 24년의 대부분은 금리 하락기였고, 이는 장기채에 유리한 환경이었습니다.
- 미국 국채 기준입니다. 회사채나 신흥국 채권은 신용 위험이 추가됩니다.
- ETF 보유 기준입니다. 개별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경우와는 손익 구조가 다릅니다.
- 세금, 거래비용, 환율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본 글의 모든 수치는 조회 시점까지의 시계열 데이터를 직접 계산한 결과입니다. 과거 성과는 미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